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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를 먹는 아기를 키우다 보면 한 번쯤 분유 교체를 고민하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아기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조리원에서 먹이던 분유를 집에 와서도 그대로 먹였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분유를 잘 먹었지만, 워낙 용쓰기가 심한 편이라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습니다. 혹시 소화가 더 잘되는 분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여러 제품을 찾아보았는데, 분유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눈에 띈 것이 산양분유와 콩분유였습니다.

 

 

산양분유의 특징과 장단점

산양분유는 염소젖을 주원료로 만든 분유입니다. 국내에서는 소화가 잘되는 순한 분유라는 이미지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산양유는 일반 우유에 비해 지방구의 크기가 작고, 위 속에서 만들어지는 응고물이 부드러운 편이라 소화 부담이 적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알레르기와 관련된 단백질 중 하나인 알파s1-카제인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품종도 있어, 변비나 잦은 게워냄이 있을 때 바꿔보는 분유로 많이 언급됩니다. 유럽식품안전청도 산양유 단백질을 영아용 조제분유의 단백질원으로 인정한 바 있어, 영양 면에서는 일반 분유와 동등한 기준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분명합니다. 산양유 단백질은 우유 단백질과 구조가 매우 비슷해서,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는 아기의 상당수가 산양분유에도 똑같이 반응합니다. 따라서 산양분유는 알레르기 치료용 분유가 아닙니다. 유당도 그대로 들어 있으므로 유당불내증 증상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가격이 일반 분유보다 높은 편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소화가 더 잘된다는 효과 역시 아기마다 차이가 크고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으므로, 막연한 기대보다는 아기의 반응을 지켜보며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콩분유의 특징과 장단점

콩분유는 대두 단백질을 원료로 만든 식물성 분유입니다. 동물성 단백질과 유당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래서 갈락토스를 분해하지 못하는 선천성 대사질환인 갈락토스혈증 아기나, 드물게 나타나는 선천성 유당분해효소 결핍 아기에게 사용됩니다. 가치관이나 종교적 이유로 동물성 식품을 피하는 가정에서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콩분유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는 아기 가운데 일부는 콩 단백질에도 알레르기를 보이기 때문에, 알레르기 아기에게 무조건 안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우유 알레르기 아기에게 콩분유보다 가수분해 분유를 우선 권하고 있으며, 미숙아에게는 콩분유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콩에 들어 있는 피트산은 철분이나 아연 같은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제조사에서 이를 보강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에 대한 우려도 종종 제기되는데, 현재까지 뚜렷한 해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 분유를 우선하는 것이 일반적인 권고입니다.

 

분유를 바꾸기 전 주의사항

두 분유를 알아보며 느낀 점은 산양분유와 콩분유 모두 알레르기 아기를 위한 분유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산양분유는 건강한 아기가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옵션에 가깝고, 콩분유는 의학적 이유나 식단상의 이유가 있는 가정을 위한 특수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아기에게 피부 발진, 혈변, 심한 구토, 체중 정체 같은 증상이 보인다면 분유를 이것저것 바꿔보기 전에 먼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분유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고민하는 사이 개월 수가 지나면서 아이의 용쓰기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신생아의 용쓰기는 아직 미숙한 장과 배변 근육이 함께 움직이는 법을 익혀 가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며, 대부분 성장하면서 나아집니다. 아이가 잘 먹고 잘 자라고 있다면 조급하게 분유를 바꾸기보다 조금 더 지켜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분유를 바꾸기로 했다면 며칠에 걸쳐 새 분유의 비율을 조금씩 늘려 가는 것이 아기의 적응에 도움이 됩니다. 바꾼 뒤에는 1~2주 정도 변 상태, 수면, 기분, 피부 변화를 기록해 두면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분유 정보 속에서 헤매 보니, 결국 가장 정확한 기준은 주변의 후기나 광고 문구가 아니라 우리 아기의 몸이 보내는 신호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