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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시기와 준비 신호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기저귀를 갈아 주던 신생아 시기를 지나 어느덧 기저귀와 이별할 때가 다가오면, 나 역시 아이가 벌써 이만큼 컸나 하는 생각에 뭉클해지곤 했다. 하지만 배변훈련은 정해진 나이에 맞춰 시작하기보다 아이가 신체적, 정서적으로 준비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생후 18개월에서 30개월 사이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의 아이가 만 3세 전후로 낮 기저귀를 떼고 밤 기저귀는 이보다 늦은 만 4~5세 무렵까지 걸리기도 한다. 이는 방광과 괄약근을 조절하는 능력이 아이마다 다른 속도로 발달하기 때문이므로 또래보다 조금 늦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로는 기저귀가 두 시간 이상 마른 상태로 유지되는 것, 쉬나 응가를 할 때 얼굴을 찡그리거나 구석에 숨는 등 표정과 행동으로 알리는 것, 젖거나 더러워진 기저귀를 불편해하며 갈아 달라고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이리 와", "앉아"와 같은 간단한 지시를 이해하고 따를 수 있는지, 스스로 바지를 내리고 올리려고 하는지, 어른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모습에 관심을 보이며 따라 하려 하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대변 보는 시간이 하루 중 비교적 일정해지는 것 역시 좋은 신호이다. 계절도 고려할 만한데, 옷차림이 가볍고 빨래가 잘 마르는 봄이나 여름에 시작하면 아이가 옷을 벗고 입기 편하고 실수했을 때 뒤처리 부담도 줄어든다. 이러한 신호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함께 나타날 때 훈련을 시작하면 아이도 부모도 훨씬 수월하게 과정을 이어갈 수 있다.

 

훈련 방법

먼저 아이가 변기와 친해지도록 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유아용 변기를 미리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옷을 입은 채로 앉아 보게 하거나, 배변을 다룬 그림책과 동요를 함께 보고 들으며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도록 돕는다. 아이가 직접 변기를 고르게 하거나 좋아하는 스티커를 붙여 꾸미게 하면 변기를 자기 물건으로 느끼며 더 친근하게 받아들인다. 변기에 익숙해졌다면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앉혀 보는 연습을 한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 식사 후 15분에서 30분 사이, 낮잠 전후, 잠자리에 들기 전처럼 배변 가능성이 높은 때를 활용하면 성공 경험을 쌓기 쉽다. 이때 한 번에 3분에서 5분 정도만 앉히고 억지로 오래 붙잡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가 힘을 주거나 다리를 꼬는 등 배변 신호를 보이면 곧바로 변기로 데려가 몸의 느낌과 변기 사용을 스스로 연결 지을 수 있게 한다. 변기에서 성공했을 때는 "변기에 쉬를 했구나, 정말 잘했어"처럼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고, 필요하다면 스티커 판과 같은 작은 보상을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성공 횟수가 늘어나면 낮 시간부터 기저귀 대신 팬티를 입혀 젖는 느낌을 직접 경험하게 하면서 점차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기르도록 한다. 배변 후 손 씻기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함께 익히면 위생 습관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남자아이의 경우 처음부터 서서 소변을 보게 하기보다 앉아서 소변과 대변을 모두 보는 방법을 먼저 익히게 하면 훈련이 한결 단순해진다. 서서 보는 방법은 변기 사용이 충분히 익숙해진 뒤에 아빠의 모습을 보여 주며 천천히 알려 주어도 늦지 않다.

 

주의사항

배변훈련 과정에서 실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므로 아이를 혼내거나 창피를 주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실수했을 때는 "괜찮아, 다음에는 변기에서 해 보자"라고 담담하게 말해 주고 조용히 뒷정리를 하는 것이 좋다. 부정적인 경험이 쌓이면 아이가 배변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고, 변을 참는 습관이 생겨 변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다시 배변 거부라는 악순환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동생의 출생, 이사, 어린이집 입소처럼 아이에게 큰 환경 변화가 있는 시기에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기 쉬우므로 훈련 시작을 잠시 미루는 편이 낫다. 훈련 도중 아이가 강하게 거부하거나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퇴행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 2주에서 4주 정도 쉬었다가 다시 시도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에는 선생님과 훈련 방식과 진행 상황을 공유해 집과 기관에서 일관된 방법을 유지해야 아이가 혼란을 덜 느낀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조급해하는 마음도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므로 부모가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기저귀를 떼고 나면 아이가 일반식을 먹기 시작할 때처럼 외출이 한결 편해져 부모로서 기대가 커지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언제 화장실에 가자고 할지 몰라 가는 곳마다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하게 된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머릿속 화장실 레이더가 쉴 새 없이 돌아갔는데, 여벌 옷과 휴대용 변기 커버를 챙기고 도착하자마자 화장실 위치를 파악해 두니 아이도 나도 훨씬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다만 만 4세가 지나도 낮 동안의 배변 조절이 전혀 되지 않거나, 배변할 때 통증을 호소하거나, 심한 변비가 오래 지속된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해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