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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로 아이를 낳던 날, 수술 도중 의료진으로부터 양수에 태변이 섞여 있어 아이에게 태변 착색 소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술 중이라 정신이 없었고, 아이도 당장은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그 말을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회복하는 동안 문득 그 말이 떠올라 태변에 대해 찾아보았고, 아기가 태변을 들이마셔 응급실이나 상급병원으로 전원되는 일이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직접 겪기 전에는 태변이라는 단어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태변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작성합니다.

태변의 정의

태변은 아기가 엄마 배 속에 있는 동안 장 안에 쌓인 물질이 출생 후 처음으로 배출되는 변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변은 음식을 소화하고 남은 찌꺼기이지만, 태변은 아기가 젖이나 분유를 먹기 전에 이미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변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태아는 임신 기간 동안 양수를 꾸준히 삼키는데, 이때 양수 속에 떠다니던 솜털, 장벽에서 떨어져 나온 점막 세포, 점액, 담즙 등이 장에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이렇게 모인 물질이 바로 태변이며, 그 양은 아기에 따라 다르지만 생후 며칠에 걸쳐 모두 배출됩니다. 태변은 대부분의 경우 출생 전까지 장 속에 머물러 있다가, 아기가 세상에 나와 장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비로소 몸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태변은 담즙 성분 때문에 짙은 녹흑색을 띠며, 타르처럼 끈적끈적한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처음 기저귀를 열어 본 부모는 새까만 색에 놀라기 쉽지만, 태변이 나온다는 것은 아기의 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신호이므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 역시 태변 착색 소견을 듣기 전까지는 아기의 첫 변이 이런 모습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특히 첫아이를 맞이하는 부모라면 태변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출산 직후의 낯선 순간에도 한결 차분하게 아기를 돌볼 수 있습니다.

태변이 나오는 시기

건강한 만삭아는 대부분 출생 후 24시간 이내에 첫 태변을 보며, 거의 모든 아기가 48시간 이내에 태변을 배출합니다. 미숙아는 장 운동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첫 태변이 조금 더 늦어질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아기의 첫 소변과 첫 태변 시간을 기록하는 것도 장과 신장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출생 직후에 엄마 젖을 자주 물리는 것도 태변 배출에 도움이 됩니다. 초유에는 장 운동을 자연스럽게 촉진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아기가 태변을 원활하게 내보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태변은 대개 생후 2~3일 동안 이어지다가, 아기가 젖이나 분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점차 색과 질감이 바뀝니다. 생후 3~4일 무렵에는 녹갈색이나 황록색을 띠는 이행변이 나오며, 이행변은 태변보다 묽고 덜 끈적합니다. 생후 5일 이후에는 본격적인 일반 변으로 넘어가는데, 모유를 먹는 아기는 묽은 겨자색 변을, 분유를 먹는 아기는 조금 더 되직한 황갈색 변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색 변화는 아기가 충분히 먹고 있다는 좋은 신호입니다. 반대로 생후 5일이 지나도 검은 태변이 계속된다면 수유량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소아청소년과에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왕절개 후에는 산모가 바로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자가 첫 태변 시간과 변 색의 변화를 메모해 두면 이후 진료 때 큰 도움이 됩니다.

태변 지연 시 의심해볼 수 있는 질환

만삭아가 생후 48시간이 지나도 태변을 보지 않는다면 의료진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태변이 늦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의심하는 질환은 선천성 거대결장이라고도 부르는 히르슈스프룽병입니다. 이 질환은 장의 일부 구간에 장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없어 변이 그 구간을 통과하지 못하는 병입니다. 태변 지연과 함께 배가 점점 불러 오르거나 초록색 구토를 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진단이 확인되면 수술로 치료합니다.

태변 마개 증후군도 태변 지연의 흔한 원인입니다. 이는 굳은 태변이 대장 끝부분을 마개처럼 막는 상태로, 관장 등을 통해 마개가 빠져나오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좋아집니다. 태변 장폐색증은 지나치게 끈끈한 태변이 소장을 막는 상태로, 유전 질환인 낭포성 섬유증과 관련이 깊지만 국내에서는 드문 편입니다. 이 밖에도 항문이나 장의 구조적 기형,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이 태변 지연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기가 태변을 늦게 보면서 배가 단단하게 부풀거나, 구토를 반복하거나, 젖을 잘 먹지 않고 처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대부분은 병원에서 이미 관찰하고 있지만, 부모가 아기의 배변 상태를 함께 살피는 것만으로도 이상 신호를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태변흡입증후군

태변은 보통 태어난 뒤에 나오지만, 일부 아기는 엄마 배 속에서 미리 태변을 보기도 합니다. 이 경우 맑아야 할 양수가 녹색이나 갈색으로 탁해지는데, 이를 태변 착색 양수라고 부릅니다. 태변 착색 양수는 전체 분만의 약 10~15%에서 나타나며, 출산 예정일을 넘긴 경우나 분만 과정에서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에 더 흔하게 발생합니다.

문제는 아기가 태변이 섞인 양수를 출생 전후에 폐로 들이마시는 경우입니다. 이를 태변흡입증후군이라고 하며, 태변이 기도를 막거나 폐에 염증을 일으켜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면 산소 치료나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해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있는 상급병원으로 전원되기도 합니다.

다만 태변 착색 양수가 있었다고 해서 모든 아기에게 태변흡입증후군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는 그중 일부에서만 발생합니다. 양수에 태변이 섞여 있었다면 출생 후 아기의 숨이 빠르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는지, 피부색이 푸르스름하지 않은지 의료진과 함께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